[몬테카를로] 시너 vs 치치파스, 결승 티켓 놓고 4강 맞대결
시너, 풀세트 접전 끝에 루네 제압
루네는 관중 야유·판정으로 주심과 마찰
치치파스, 하차노프 제압..3번째 준결승행
[디스이즈테니스=김지환 에디터] ‘강력한 우승후보’ 야닉 시너(2위·이탈리아)와 ‘2차례 대회 우승자’ 스테파노스 치치파스(12위·그리스)가 결승 길목에서 맞붙는다.
12일(현지시각)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열린 ATP1000 롤렉스 몬테카를로 마스터스(총상금 595만 유로) 8강에서 시너는 홀거 루네(7위·덴마크)를 2시간 40분 풀세트 접전 끝에 6-4 6-7(6) 6-3으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시너는 최근 9연승을 내달리며 올 시즌 전적을 25승 1패로 높였다. 특히 지난해 9월 이후 톱10 선수와의 맞대결에서 14승 2패라는 압도적인 승률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해 이 대회 4강에서 루네에게 당했던 1-2 역전패도 설욕했다.
시너와 루네는 1세트 초반 2-2로 팽팽하게 맞섰다. 균형을 깬 건 시너였다.
루네가 집중력을 잃으며 범실을 연발하는 사이 게임을 뺏는 데 성공했고, 결과적으로 이 게임이 1세트 분수령이 됐다.
시너는 격차를 그대로 유지하며 1세트를 42분 만에 선취했다.
2세트에서도 두 선수는 게임 스코어 5-5까지 양보 없는 혈투를 벌였고, 또 다시 먼저 위기를 맞으며 흔들린 건 루네였다.
루네는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0-30로 밀렸고 이후 다음 서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한 시간을 넘겨 주심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늑장 플레이에 관중 야유가 나오기 시작하자 평정심을 잃은 루네가 손짓으로 관중을 자극하면서 장내 야유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주심이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며 한 차례 더 경고를 부여하자 결국 루네도 분통을 터뜨렸다.
심판을 향해 “나쁜 말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왜 경고를 주느냐”며 강하게 항의했고, ‘관중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심판의 설명이 못마땅한 듯 “왜 경고를 받는 건지 설명을 확실히 들어야겠다”며 감독관까지 불러 달라고 요구한 뒤 그대로 벤치에 주저앉았다.
감독관이 코트에 내려오자 루네는 “나는 나쁜 말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심판이 왜 나에게 경고를 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시간 위반 경고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스포츠맨 답지 않은 행동을 한 적이 없고, 무례하지도 않은 행동에 벌금을 낼 이유도 없다. 물론 나의 제스처가 조용히 하라는 뜻이었지만 조용히 하라는 말조차도 나쁜 말은 아니다”고 항변했다.
감독관의 중재로 경기는 재개됐으나 루네는 곧장 포인트를 잃으며 시너에게 트리플 브레이크 포인트를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위기 순간에 루네는 더욱 집중력을 발휘했다. 무려 5포인트를 연달아 따내며 게임을 지켰고 결국 승부를 타이 브레이크까지 몰고 갔다.
루네는 타이 브레이크에서 3-2로 앞서며 분위기를 가져오는 듯 했지만 또다시 심판과 충돌했다.
애매하게 걸친 시너의 스트로크가 나갔다는 선심의 판정을 듣고는 주심이 직접 내려와 라인을 살펴본 뒤 결국 인으로 선언한 것이다.
루네는 황당한 듯 심판을 쳐다보다가 이내 단념했는데, 방송사가 따로 준비한 호크아이 시스템에서는 루네와 선심의 주장대로 공이 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회는 공 흔적이 남는 클레이 코트 대회라 따로 호크아이 시스템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여러 차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도 루네는 침착함을 유지했고, 강한 포핸드와 시너의 범실 등에 힘입어 1시간 16분 만에 힘겹게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두 선수는 3세트에서도 3-3으로 팽팽하게 맞섰지만 판세를 바꾼 건 시너였다.
특유의 견고한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루네를 압박했고, 게임 스코어 3-3 이후부터는 루네에게 단 3포인트만 내주며 길었던 승부를 매조지었다.
루네는 비로 순연됐던 32강 잔여 경기와 16강전을 전날 모두 소화하고, 하루 만에 8강 경기에 나섰지만 체력 부담과 야유, 그리고 애매한 판정 끝에 고개를 숙이며 퇴장했다.
지난해에 이은 2년 연속 대회 결승 진출도 실패했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시너는 “루네 같은 선수와 특히 이런 상황에서 경기하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오늘 경기를 이겨서 너무 행복하다”며 “육체적으로 힘든 경기였는데 전반적으로 느낌은 좋아졌다. 내일 경기가 기대된다”고 의지를 다졌다.
앞서 열린 8강 경기에서는 치치파스가 카렌 하차노프(17위·러시아)를 6-4 6-2로 제쳤다. 이날 승리로 하차노프와의 상대 전적에서 8승 1패 압도적 우위를 이어가게 됐다.
치치파스의 이 대회 3번째 준결승 진출이다. 최고 성적은 2021, 2022년 우승이다.
올 시즌 부진했던 치치파스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클레이 코트, 또 2차례나 우승했던 대회에서 반등을 노리고 있다.
이번 대회 16강에서 ‘난적’ 알렉산더 즈베레프(5위·독일)를 7-5 7-6(3)으로 꺾는 등 무실세트로 4강까지 올랐다.
치치파스는 “이 코트가 좋은 기억을 가져다준다고 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이 코트에 돌아왔고 과거의 기억을 회상한다. 이런 관중들 앞에서 경기하고 또 좋은 게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건 나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준다”고 밝혔다.
시너와 치치파스의 상대 전적은 5승 3패로 치치파스가 앞선다. 다만 최근 2차례 맞대결은 모두 시너가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