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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세게 넘은 여자 테니스 선수들의 썰전 TOP7

[디스이즈테니스] 코트에서 불꽃 튀는 공방을 벌이는 테니스 선수들. 강한 승부욕은 때로는 코트뿐만 아니라 장외설전으로도 이어진다. 가끔씩 라이벌인지 철천지원수인지 모를 정도로 그 강도도 만만찮다. 괴성부터 성별 논란, 가족에 대한 공격까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같은 발언 다른 대응

1999년 호주오픈 4강에서 맞대결한 린제이 데이븐포트(우)와 아멜리에 모레스모(좌)

1999년 호주오픈에 출전한 린제이 데이븐포트(은퇴·전 세계 1위). 당시 세계 1위였던 만큼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혜성같이 나타난 아멜리에 모레스모(은퇴·전 세계 1위)에게 세트스코어 0-2로 충격패를 당하며 4강에서 짐을 쌌다. 이후 데이븐포트의 인터뷰 발언이 화근이 됐다. 기자가 4강 경기 소감을 묻자 ‘마치 남자와 경기하는 것 같았다’고 말한 것. 당시 결승에서 모레스모와 맞붙었던 마르티나 힝기스(은퇴·전 세계 1위)도 동조했다. 아니,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녀는 반은 남자다’라고까지 발언했다. 곧장 성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모레스모가 레즈비언이었기 때문에 동성애 차별 논란도 더해졌다. 데이븐포트와 힝기스는 경기 스타일만큼 대응 방식도 달랐다. 논란이 종잡을 수 없이 커지자 데이븐포트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순히 톱스핀 원핸드 백핸드를 구사하는 경기 스타일을 언급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모레스모에게 사과하며 직접 손편지까지 전달했다. 하지만 힝기스는 ‘사과할 것이 없다’며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후 힝기스는 모레스모의 조국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에 참가할 때마다 야유의 표적이 됐다. 현역 시절 메이저 대회에서 통산 5차례 우승했던 힝기스. 공교롭게도 프랑스오픈은 힝기스가 우승하지 못한 유일한 메이저 대회로 남아있다.

승자 결정은 아버지?

2000년대 초반 여자 테니스를 평정했던 윌리엄스 자매
2008년 윔블던 단식 결승에서 맞붙은 윌리엄스 자매. 자매의 5년 만의 메이저 결승 맞대결은 언니의 승리로 끝났다

2008년 윔블던 여자 단식은 윌리엄스 자매의 잔치였다. 당시 세레나(은퇴·전 세계 1위)와 비너스(최고 랭킹 1위)가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만난 건 무려 5년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 비너스는 4강에서 엘레나 데멘티에바(은퇴·전 세계 3위)를 접전 끝에 꺾고 결승에 진출한 상태였다. 아깝게 놓친 결승행 티켓에 앙금이 남았던 걸까. 누가 우승할 것 같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데멘티에바는 이렇게 답했다. ‘그건 가족이 상의해서 결정하겠죠’. 자매 맞대결이 공정하지 않을 거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 윌리엄스 자매는 곧장 ‘우리는 공정하게 경기한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자매가 노발대발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데멘티에바의 이런 발언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 이미 7년 전인 2001년 인디언웰스 대회 8강에서도 비너스에게 졌던 데멘티에바. 당시 비너스의 4강 상대가 세레나였고 그때도 똑같이 누가 이길 것 같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아버지인 리처드가 결정할 거라며 폭탄 발언을 했다. 그런데 이 발언은 엄청난 나비효과가 돼서 돌아왔다. 4강전을 앞두고 비너스가 무릎 부상으로 기권했는데 곧장 데멘티에바의 발언대로 아버지 뜻에 따라 언니가 동생에게 양보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결국 세레나는 자국 대회 결승전에서 엄청난 야유를 받았고 실책하면 환호까지 들어야 했다. 뜻밖의 짬짜미 의혹에 상처 받은 자매는 인종차별을 당했다며 이후 인디언웰스 대회에 10년 넘게 출전하지 않았다. 2008년 윔블던에서 또 다시 나온 데멘티에바의 발언은 윌리엄스 자매의 트라우마를 자극했던 셈. 자매는 결승에서 멋진 맞대결을 펼쳤고 언니 비너스의 2-0 승리로 끝났다.

세계 1위는 나!

테니스 역사상 처음으로 남매 1위에 오른 마라트 사핀(은퇴·좌)과 디나라 사피나(은퇴·우) 남매

2009년 큰 대회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여자 테니스 세계 1위에 오른 디나라 사피나(은퇴·전 세계 1위). 그동안 늘 따라다녔던 마라트 사핀(은퇴·전 세계 1위)의 여동생이라는 꼬리표를 간신히 떼고 진정한 여왕으로 거듭나는 듯했다. 하지만 좋은 일에는 악재도 따르는 법. 사피나의 세계 1위 등극을 놓고 뒷말도 무성했다. 4대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었기 때문. 그해 호주오픈과 윔블던에서 우승하고도 세계 2위였던 세레나가 포문을 열었다. ‘누가 진정한 세계 1위인지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라며 랭킹 시스템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피나가 우승한 대회들을 하나하나 나열하며 알 수 없는 웃음을 짓기도 했다. 산전수전 끝에 여제에 오른 사피나도 참지 않았다. ‘큰 대회를 연이어 우승하고 메이저 대회 결승도 3차례 올랐다’며 세계 1위를 거저 얻은 게 아니라고 항변했다. 나이로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세레나는 나보다 나이가 많다’며 ‘내가 세레나 나이쯤 되면 그녀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녹록지 않은 입심을 보여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피나는 세레나의 나이가 되기도 전에 은퇴했다. 메이저 우승은 끝내 하지 못한 채. 이후 세레나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자 투어를 평정했던 만큼 ‘그녀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던 사피나의 말은 흑역사로 남고 말았다.

메디컬 타임아웃은 꼼수?

2005년 US오픈에서 세계 1위를 꺾고 4강에 오른 데멘티에바. 4강 상대는 ‘백전노장’ 마리 피에르스(은퇴·전 세계 3위)였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섰던 데멘티에바, 2년 연속 US오픈 결승 진출도 눈앞에 둔 듯했다. 예상대로 데멘티에바가 1세트를 가볍게 따냈다. 하지만 투어에서 잔뼈가 굵었던 피에르스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경기 흐름이 데멘티에바가 넘어가려는 순간 피에르스는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렀다. 팔과 등이 좋지 않다며 피에르스가 메디컬 타임아웃에 쓴 시간만 12분. 치료를 받고 나온 피에르스는 다른 사람이 됐다. 순식간에 공기 흐름을 바꿨다. 그 사이 몸이 식은 데민티에바는 결국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곧장 분통을 터뜨렸다. 데멘티에바는 ‘피에르스가 흐름을 끊기 위해 메디컬 타임아웃을 썼다’며 좀처럼 분을 삭히지 못했다. 심판이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지만 승부는 이미 끝난 뒤였다.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최고 랭킹 1위)도 비슷한 구설에 오른 전적이 있다. 2013년 호주오픈 4강전. 아자렌카는 매치포인트를 5번이나 잡고도 경기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상대 선수의 거센 추격이 이어지자 급히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렀다. 10분 정도 코트를 떠났다가 돌아왔고 결국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아자렌카는 진짜 아팠다고 해명했고 상대 선수도 메디컬 타임아웃이 경기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꼼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2020년 호주오픈 8강에서 당시 세계 1위 애슐리 바티(은퇴·전 세계 1위)를 꺾은 카롤리나 무호바 역시 아자렌카와 비슷한 구성(?)으로 이겼고 똑같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후 구체적인 규정이 더해졌지만 정말 치료인지, 묘한 꼼수인지 메디컬 타임아웃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일부러 겨냥한 공?

2006년 발리 대회 결승에서 만난 마리옹 바톨리(은퇴·최고 랭킹 7위)와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은퇴·최고 랭킹 2위). 두 선수의 경기는 시작하기도 전에 불꽃이 튀었다. 경기 직전 워밍업 시간에 벌어졌던 작은 사건 때문이다. 몸을 풀기 위해 공을 주고 받던 두 선수. 그런데 다소 강하게 친 쿠즈네초바의 공이 바톨리의 왼쪽 팔을 정통으로 강타했다. 바톨리는 고통스러운 듯 팔을 부여잡았다. 이후 경기에서도 진 바톨리는 분통을 터뜨렸다. ‘쿠즈네초바가 나를 향해 있는 힘껏 공을 쳤다’며 ‘경기력을 저하시킨 건 아니었지만 충격받았다’ ‘나는 상대 선수가 네트 가까이 있다면 있는 힘껏 공을 치지 않는다’ ‘옳은 행위는 아닌 것 같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우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자 언짢아진 쿠즈네초바도 참지 않았다. 쿠즈네초바는 ‘나는 공 파워를 이용해 공을 쳤을 뿐이다’라며 ‘공은 세게 칠수록 세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바톨리는 알아야 한다’며 과학적 논리까지 들고 반박했다. ‘공이 몸 쪽으로 가는데 바톨리는 피하지도 않더라’며 바톨리의 둔한 몸놀림 탓을 한 건 덤.

15년 라이벌? 앙숙?

여자 테니스 라이벌의 대명사 샤라포바와 세레나
선수 생활동안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샤라포바와 세레나. 하지만 상대 전적만큼은..

여자 테니스 설전하면 곧장 떠오르는 선수들이 있다. 바로 샤라포바와 세레나다. 둘은 지난 2013년 남자친구 문제로 코트 밖에서 처음 충돌했다. 당시 샤라포바는 남자 테니스 선수 그리고르 디미트로프(불가리아·최고 랭킹 3위)를 만나고 있었다. 디미트로프의 전 여자친구였던 세레나는 ‘한 선수가 인터뷰를 할 때마다 행복하고 운이 좋다고 말하는데 음흉한 남자와 계속 함께 하고 싶은지 궁금하다’며 1타 2피 포문을 열었다.

한 때 연인이었던 디미트로프(좌)와 샤라포바(우)

뜻밖의 공격을 받은 샤라포바. 최선의 공격으로 적극 방어에 나섰다. ‘남의 사생활을 말하려면 본인 애인부터 얘기하라’며 맞불을 놨다. 당시 세레나가 코치이자 유부남이었던 패트릭 무라토글루와 은밀한 사이라는 걸 에둘러 폭로한 것. 사생활 폭로전으로까지 번진 두 선수의 썰전은 세레나의 사과로 일단락되는 듯 했다. 이후 폭로전은 잊고 사이좋은 모습도 연출했던 두 여제. 하지만 2017년 발간한 샤라포바의 자서전으로 둘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샤라포바는 2004년 윔블던 단식 결승에서 세레나를 꺾고 우승했는데 당시 후일담을 적나라하게 책에 담았다. ‘마르고 어렸던 내가 이기자 그녀는 나를 미워했다’며 ‘당시 세레나가 라커룸에서 울면서 다시는 저런 어린 X에게 지지 않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폭로했다. 세레나는 100% 풍문이자 루머라고 강하게 부인했지만 이미 소문은 기정사실화된 상태였다. 그렇게 희대의 앙숙이자 라이벌이 된 두 선수. 사실 코트 위 상대 전적만 놓고 보면 라이벌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2004년 윔블던과 WTA파이널에서 세레나를 잇따라 격파하며 상대전적 2-1로 앞섰던 샤라포바. 하지만 이후 세레나가 샤라포바를 상대로 19연승을 거두며 상대전적 20승 2패로 압도했다. 풍문이든 뭐든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게 마냥 거짓은 아니었던 셈.

기합? 소음? 괴성 논란

선수 생활 내내 샤라포바는 참 분주했다. 세레나뿐만 아니라 자국 러시아 동료들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바빴기 때문이다. 2004년 당시 여자 테니스 주축으로 떠올랐던 러시아. 샤라포바를 필두로 데멘티에바, 나디아 페트로바(은퇴·최고 랭킹 3위), 아나스타샤 미스키나(은퇴·최고 랭킹 2위), 쿠즈네초바까지. 러시아 군단으로까지 불리며 윌리엄스 자매, 벨기에 듀오와 경쟁했다.

죽마고우인 미스키나(좌)와 데멘티에바(우). 두 선수는 2004년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맞붙었다. 러시아 여자 선수가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맞붙은 건 이때가 처음. 당시 미스키나가 세트스코어 2-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동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이는 좋지 않았다. 발단은 샤라포바의 괴성. 미스키나는 ‘시끄러워서 경기를 할 수가 없다’며 직격탄을 날리고 ‘액션이 과하다’며 샤라포바의 아버지 유리 샤라포프까지 한 데 묶어 비난했다. 당시 미스키나가 프랑스오픈 우승자라는 점, 오랜 톱랭커로 러시아 여자 테니스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발언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미스키나의 죽마고우이자 ‘프로불편러’ 데멘티에바도 참지 않았다. 2006년 윔블던 8강에서 샤라포바에게 지자 패배 원인을 ‘괴성’을 돌렸다. ‘시끄러워서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투어에서 허락하고 있지만 괴성이 심한 만큼 제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샤라포바에게 한마디 하겠느냐’며 기자가 부추기자 ‘이기고 나서 한마디하겠다’며 벼르기도 했다. 당시 샤라포바는 ‘그건 데멘티에바의 생각일 뿐’이라며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고. 실제로 2006년 윔블던 당시 샤라포바의 괴성은 경찰차 사이렌 수준이라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미스키나와 달리 데멘티에바는 샤라포바와 마찬가지로 괴성을 지르는 선수 중 한 명이라 ‘내로남불 시전’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적당한 라이벌 의식은 선수들의 경기력은 물론 여자 테니스 흥행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남자같다는 인신공격과 가족 공격은 좀 참아야 하지 않을까. 여자 테니스 선수들의 장외썰전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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