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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세게 넘은 남자 테니스 선수들의 썰전 TOP5

[디스이즈테니스] 남자 테니스 선수들의 설전도 여자 선수들 못지 않다. 지루하고 쪼잔하다는 인신공격은 애교. 상대 선수 애인의 바람을 폭로한 남자 선수도 있다.

샘프라스는 구두쇠?

로저 페더러(42·스위스), 라파엘 나달(37·스페인), 노박 조코비치(36·세르비아) 등 이른바 빅3 이전에 전설로 꼽힌 미국 남자 테니스 선수들이 있다. 피트 샘프라스(52·미국)와 안드레 애거시(53·미국)다. 같은 국적, 비슷한 나이 거기다 전성기도 함께 했기에 둘의 라이벌 의식은 대단했다. 두 선수는 현역 시절 모두 34번 맞붙어 샘프라스가 20승, 애거시가 14승을 챙겼다.

이 가운데 2001년 US오픈 8강전은 여전히 명승부로 꼽히고 있다. 양보 없는 난타전으로 경기 내내 접전을 펼친 두 선수. 서로의 게임을 단 한 차례도 브레이크하지 못 한 채 모든 세트가 타이브레이크까지 이어졌다. 결국 샘프라스가 6-7 7-6 7-6 7-6이라는 극적인 스코어로 4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샘프라스. ‘이겼지만 애거시의 게임을 한 차례도 브레이크하지 못 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발끈했다. 곧장 ‘저의 게임을 한 차례도 허용하지 않은 경기였습니다’라고 응수했다. 이렇게나 강했던 라이벌 의식은 은퇴 후에도 이어졌는데..

1990년대 남자 테니스를 평정했던 피트 샘프라스와 안드레 애거시
1990년대 남자 테니스 최고 라이벌었던 피트 샘프라스(좌)와 안드레 애거시(우)

지난 2010년 한 자선 행사에서 만났던 두 선수. 행사는 전·현직 테니스 선수들이 복식 팀을 꾸려 맞대결을 벌이는 방식이었다. 샘프라스는 페더러, 애거시는 나달과 합을 맞춰 복식 경기를 벌였다. 당시 선수들은 마이크를 낀 채 중간 중간 대화하며 경기를 진행했다. 모름지기 테니스 자선 행사라면 빠질 수 없는, 한 방에 분위기까지 띄우는 필수템이 있다. 상대 선수 흉내다. 먼저 샘프라스가 애거시의 걸음걸이를 따라했다. ‘너도 뭐라도 좀 해 봐’라는 말로 애거시의 라이벌 의식도 자극했다. 도발은 못 참는 애거시. ‘나도 너를 따라해 볼게’라더니 갑자기 빈 바지 주머니를 까뒤집어 보여줬고 ‘나는 돈이 하나도 없어요! 아 잠깐만, 1달러가 있네요!’라고 말했다. 갑자기 분위기는 싸해졌다. 당시 애거시는 자서전에 ‘샘프라스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팁으로 고작 1달러를 줬다’고 썼는데 자선 행사에 나와 흉내를 낸답시고 샘프라스를 대차게 깐 것이다.

은퇴한 뒤 페더러, 나달과 함께 자선 복식 경기를 펼쳤던 샘프라스, 애거시
은퇴 후 자선행사에서 페더러, 나달과 함께 복식 경기를 했던 샘프라스와 애거시

훈훈했던 자선행사장 분위기는 곧장 장례식 모드가 됐다. 싸한 분위기를 애거시도 느꼈던 걸까. 행사가 끝난 뒤 도가 지나쳤던 것 같다고 급히 사과했다. 번외로 당시 경기 분위기에 대해 질문을 받았던 나달은 이렇게 답했다. ‘저는 스페인 사람이라 두 선수가 영어로 대화하는 걸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사회생활은 나달처럼.

페더러·나달·조코비치는 지루?

전 세계 10위 어네스트 굴비스
한 때 세계 10위까지 올랐던 어네스트 굴비스. 화끈한 입담과 특이한 포핸드 자세로 유명했다

연습만 열심히 하면 세계 1위도 가능하다는 평을 듣던 선수가 있었다. 한 때 세계 10위까지 올랐던 어네스트 굴비스(34·라트비아)다. 특이한 스트로크 폼, 특유의 화끈한 성격과 입담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강력한 포핸드로 끊임없이 맹공을 퍼붓는 스타일인데 컨디션 좋은 날에는 ‘언터쳐블’이지만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에러 머신’이 됐다. 2010년 페더러와 명승부 끝에 승리하곤 소감으로 ‘진짜 바지에 지렸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달과 페더러 그리고 조코비치
나달(좌) 페더러(가운데) 조코비치(우)

굴비스는 스스로 ‘착해보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등 다소 거친 발언으로 언론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13년 결국 아슬아슬한 선을 넘고 말았다. 한 인터뷰에서 굴비스는 ‘테니스는 권투 같아야 한다’고 말하더니 대뜸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의 인터뷰는 너무 지루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튜브로 그들의 인터뷰를 보지만 금방 꺼 버린다. 신사적인 이미지를 가지는 게 마냥 좋은지 모르겠고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지도 모르겠다’고 소신을 이어갔다. 희대의 라이벌임에도 서로를 존중하려는 발언만 하는 세 선수가 따분하다고 비판한 것. 굴비스는 ‘사람들은 망가진 라켓과 서로 폭언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고도 덧붙였다.

라이벌 의식이 경기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뜻이겠지만 랭킹과 실력을 놓고 보면 되려 굴비스 발언에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더니.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는 어떤 대꾸도 하지 않았다.

테니스 악동의 폭로

굴비스 못지 않게, 아니 더한 악동으로 꼽히는 닉 키리오스(28·호주). 다른 선수들과의 시비, 불화는 예사고 경기 도중 과격한 행동으로 낸 벌금만 억 단위이다. 원조 코트의 악동이었던 존 매켄로마저 재능을 낭비하지 말라고 조언했을 정도. 하지만 기행은 멈추지 않았다. 가벼운 세치 혀와 함께.

‘코트의 악동’ 닉 키리오스

2015년 캐나다에서 열린 ATP1000 로저스컵 32강전에서 키리오스는 스탄 바브린카(38·스위스)와 맞대결했다. 경기가 안 풀리자 답답했던 키리오스는 코트 체인지 시간에 엄청난 발언을 하고 만다. 갑자기 바브린카에게 다가가더니 ‘내 친구 코키나키스가 네 여자친구인 도나 베키치랑 잤다’고 폭로한 것. 이 발언은 코트에 설치해 놓은 마이크를 통해 중계를 보던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일파만파 퍼졌다. 이혼 후 여자 테니스 선수 베키치와 만나고 있었던 바브린카로서는 더욱 충격적인 내용일 터.

스탄 바브린카와 도나 베키치
이혼 후 여자 테니스 선수 베키치를 만났던 바브린카

팬들은 물론 페더러, 조코비치 등 선수들까지 나서 ‘선을 넘었다’며 키리오스를 맹비난했다. 발언의 대가도 컸다. ATP는 키리오스에게 벌금 1만 달러를 부과했다. 결국 키리오스가 바브린카에게 사과하고 난 뒤에야 사건은 일단락됐다. 엄청난 폭로를 듣고도 한동안 베키치와 별 탈 없이 만나는 듯했던 바브린카. 하지만 얼마 못 가 둘은 헤어졌다.

남자부는 화장실 논란

여자부에서 메디컬 타임아웃이 논란이었다면 남자부는 화장실 타임아웃이다. 중심에 섰던 선수는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5·그리스)다. 화장실만 갔다 하면 함흥차사였기 때문. 2021년 US오픈 1회전에서 앤디 머레이(36·영국)와 맞붙은 치치파스. 한 때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와 함께 빅4로 군림했던 머레이. 부상 후 선수 생활을 다시 시작한 만큼 한 경기, 한 경기가 머레이에게는 중요했다. 세트 스코어 2-2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5세트를 앞두고 화장실 타임아웃을 쓴 치치파스. 화장실에서 보낸 시간만 10분이었고 그 사이 머레이는 치치파스를 기다리느라 초조하게 코트를 서성였다. 이미 타임아웃을 길게 쓰고도 마냥 느긋했던 치치파스는 코트 벤치에 돌아와서도 태연히 생수를 마시며 늑장 부렸다.

치치파스(좌)와 머레이(우)
긴 화장실 타임아웃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치치파스(좌). 머레이(우)는 끝내 경기에서 졌다

결국 분노에 찬 머레이는 ‘지금 뭐하는 거냐 당장 일어나라’며 한참 후배를 향해 소리쳤다. 관중석에서도 야유가 쏟아졌다. 치치파스는 이미 3세트가 끝나고 메디컬 타임아웃까지 쓴 상태였기 때문. 경기는 재개됐지만 머레이는 이미 ‘멘붕’이었다. 연달아 실책을 쏟아낸 끝에 1회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화가 가라앉지 않은 머레이는 치치파스를 맹비난했다.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1도 없다. 치치파스가 화장실을 다녀오는 데 걸린 시간은 제프 베조스(아마존 CEO)가 우주여행을 한 시간보다도 길었다’ 비꼬았다. 머레이는 ‘긴 휴식 시간 탓에 몸이 식었고 5세트 들어 맥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치치파스는 선배의 분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세트에서 또 8분가량 화장실을 다녀와 논란이 됐다. 이후 치치파스처럼 유행마냥 여러 선수들이 교묘하게 화장실 타임아웃을 전략으로 쓰자 ATP도 칼을 빼들었다. 이제는 정해진 시간과 횟수, 타이밍에만 화장실 타임아웃을 쓸 수 있게 됐다.

몸싸움으로 번진 시비

타임아웃을 가장 많이 쓰는 선수 중 한 명인 조코비치. 특히 그 타이밍이 묘해서 여러 차례 논란이 있었고, 부상이 맞느냐는 의구심도 자아냈다.

조코비치(좌)와 로딕(우)
타임아웃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던 조코비치(좌)와 로딕(우). 그러나 신경전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지난 2008년 US오픈 8강에서 조코비치를 만난 전 세계 1위 앤디 로딕(41·미국). 경기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조코비치의 타임아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늘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던 로딕은 ‘조코비치는 감기부터 탄저균, 사스까지 한 16가지 질병을 앓고 있는 것 같다. 다양한 부상에도 불구하고 경기하는 걸 보면 역사상 가장 용감한 선수’라며 거칠게 대꾸했다. 당시 승리한 조코비치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람들 앞에서 부상이 16개 있다고 과장하는 건 잘못된 행동’이라고 맞불을 놨다.

당시 로딕과 조코비치의 가벼운 신경전 정도로만 여겨졌던 이 사건은 10년도 더 지나 다시 화제가 됐다. 2022년 한 방송에 출연한 로딕이 ‘당시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에서도 언쟁이 있었다. 내가 조코비치를 밀치기도 했다’며 후일담을 공개한 것. 신경전이 몸싸움으로까지 번졌던 건데 로딕은 ‘조코비치의 덩치가 나보다 커서 금방 물러나긴 했다’는 저세상 여유를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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