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윔블던에서 볼 수 없는 테니스 스타 7인
[디스이즈테니스] 2024 윔블던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1877년 시작돼 테니스 대회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윔블던은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잔디 코트에서 열린다.
특히 선수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만 착용해야 하는 독특한 규정이 있다. 색깔이 들어갈 수는 있으나 지름 10mm를 넘을 수는 없다. 여자 선수들의 경우 속바지를 놓고 수년 동안 규정이 바뀌어왔는데, 이제 색깔 속바지를 입을 수는 있지만 치마보다는 짧아야 한다.
올해 푸른 잔디 향연의 총상금은 5천만 파운드, 한국 돈으로 879억 원 정도에 이르며 남녀 단식 우승 상금은 270만 파운드씩(약 47억 4천만 원)이다.
명실상부 최고의 테니스 대회이지만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주목도가 조금 낮아졌다. 윔블던이 끝나면 곧장 프랑스에서 파리 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파리 올림픽 테니스 부문은 매년 프랑스오픈이 열리는 스타 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다. 즉, 클레이 코트에서 열리는 건데, 수일 만에 잔디에서 클레이로 바뀌는 코트 표면이 부담스러운 선수들이 윔블던 혹은 올림픽으로 양자택일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상과 특별한 개인 사유까지 더해 올해 윔블던에서 보기 힘든 스타들을 모아봤다.
벨린다 벤치치
한 때 세계 4위까지 올랐던 벨린다 벤치치(스위스)의 육아휴직은 계속된다.
벤치치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오랜 남자친구이자 피트니스 코치인 마틴 흐롬코비치의 아이를 가졌다고 발표했다.
올해 4월 첫째 딸 ‘벨라’를 출산한 뒤 오로지 육아에만 전념하고 있다. 대회 출전은 지난해 9월이 마지막인데 언제 복귀하는지, 더 나아가 복귀는 하는지 등 아무 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
이 탓에 올림픽 타이틀 방어전도 나서지 못할 전망이다. 벤치치는 2020 도쿄 올림픽 테니스 여자 단식 부문에서 금메달을 따낸 ‘디펜딩 챔피언’이다.
닉 키리오스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 준우승을 차지했던 ‘악동’ 닉 키리오스(호주).
무릎 부상 재활이 길어지면서 선수보다는 해설위원, 리포터, 애널리스트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쯤 출전한 ATP250 슈튜트가르트 이후 대회 참가가 없어서 랭킹마저도 소멸한 상태다.
키리오스는 부상이 장기화하자 ‘복귀 준비에 염증이 났다’며 이후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자연스레 자신이 가장 잘했던 메이저 대회도 불참한다.
다만, 키리오스는 최근 코트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게시해 복귀가 눈앞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모나 할렙
시모나 할렙(루마니아)은 지난 3월 오랜 재판 끝에 도핑 위반 의혹을 벗었다. 오염된 보충제를 실수로 마셨다는 진술이 받아들여져 애초 4년이었던 자격 정지 기간도 9개월로 줄어 들었다.
2022년 10월부터 출전이 정지됐던 만큼 곧장 대회 출전이 가능했고, 한 달도 되지 않아 와일드카드(초청선수) 자격으로 WTA1000 마이애미 오픈에 출전했다.
비록 첫판에 졌지만 메이저를 두 차례 석권했던 전 세계 1위의 ‘복귀길’은 활짝 열린 듯했다.
하지만 메이저 대회들은 아직 할렙의 결백을 완전히 믿는 눈치는 아닌 듯하다.
2018년 프랑스오픈 우승자인 할렙은 올해 프랑스오픈 주최 측에 와일드카드를 요청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프랑스오픈 출전을 염두에 두고 파리에서 열린 챌린저 대회까지 출전했으나 롤랑가로스 문턱도 못 밟아보고 돌아서야 했다.
윔블던도 마찬가지다. 2019년 우승자인 할렙에게 와일드카드를 주지 않았다.
프랑스오픈과 달리 윔블던은 자국 선수뿐 아니라 안젤리크 케르버(독일), 캐롤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 오사카 나오미(일본) 등 전 세계 1위 혹은 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선수들에게 골고루 와일드카드를 나눠줬음에도 할렙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이 탓에 할렙은 아무 문제 없이 대회 출전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도핑에 적발됐던 2022년 US오픈 이후 2년 가까이 메이저 복귀전은 치르질 못하고 있다.
이르지 레헤치카
‘라이징 스타’ 이르지 레헤치카(체코)도 올해 윔블던에 나오지 않는다.
올해 클레이 시즌 들어 등 부상이 도진 레헤치카는 ATP1000 마드리드 오픈 4강에서 기권했다.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프랑스오픈까지 건너뛰었는데 잔디 시즌 들어서도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레헤치카는 최근 윔블던 기권을 선언한 데 이어 파리 올림픽도 불참한다고 밝혔다.
부상 정도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는데, 메이저 대회와 올림픽까지 건너 뛴 만큼 언제 복귀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밀로스 라오니치
한 때 세계 3위까지 올랐던 ‘강서버’ 밀로스 라오니치(157위·캐나다)는 최근 의미 있는 기록을 하나 세웠다.
지난 1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ATP500 신치 퀸즈클럽 챔피언십 남자 단식 32강에서 무려 서브 에이스 47개를 꽂아 넣으며 세트 스코어 2-1 역전승을 거뒀다.
3세트 경기 기준으로 서브 에이스 47개는 2015년 이보 카를로비치(크로아티아)가 기록한 45개를 뛰어넘은 신기록이다.
하지만 올해 윔블던에서 라오니치의 서브 에이스 쇼를 볼 수는 없다.
1990년생으로 어느새 30대 중반에 접어든 라오니치는 전성기가 지났다. 부상까지 겹쳐 올 시즌 5개 대회밖에 나서지 못했고 랭킹도 100위대에 머물고 있다.
시즌 초반 300위대까지 떨어진 랭킹을 150위권으로 끌어 올렸지만 메이저 대회 본선에 직행하기는 턱없이 모자란 숫자다. 와일드카드도 받지 못하며 2년 연속 윔블던 출전이 물거품됐다.
페트라 크비토바
페트라 크비토바(체코)는 올해 대회에 임신으로 불참한다.
오랫동안 코치을 맡은 지리 바넥과 지난해 결혼한 크비토바는 올해 1월 1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아이를 가졌고 올해 출산한다고 밝혔다.
크비토바는 메이저 2승을 모두 윔블던에서 따냈다. 지난해도 5년 만에 16강에 오르며 녹록지 않은 잔디 코트 실력을 선보인 바 있다.
크비토바는 출산 후 계획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는데, 1990년 생으로 30대 중반에 접어든 데다 아이까지 낳는 만큼 빠른 복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라파엘 나달
여자부에서 2회 우승자 크비토바가 출전을 포기했다면 남자부에서도 2번 윔블던을 석권한 선수가 올해 출전을 포기했다.
바로 라파엘 나달(스페인)이다. 나달은 최근 올림픽 출전이 확정되자 곧장 윔블던 출전 포기 의사를 공식화했다.
2008 베이징 단식 금메달, 2016 리우 복식 금메달을 따낸 나달은 올해 파리 올림픽에 와일드카드 선수로 단·복식 모두 나간다.
올림픽은 금메달을 따냈거나 메이저 타이틀이 있는 선수가 엔트리 마감일 기준 400위 이내 랭킹에 들었다면 와일드카드를 부여한다.
애초 나달은 2019년 이후 국가대항전 출전 기록이 없어서 올림픽 출전 요건을 채우지 못했으나 예외 사유인 부상을 들어 극적으로 출전권을 따냈다.
그 덕에 나달-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라는 꿈의 복식조까지 볼 수 있게 됐다.
나달은 “클레이에서 잔디, 또 클레이로 코트 표면이 바뀌는 만큼 내 몸이 버티질 못할 것 같다. 나의 마지막 올림픽이다. 이를 위해 최선은 코트 표면을 바꾸지 않고 그때까지 계속 클레이 연습을 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나달은 “이런 이유로 올해 윔블던에 불참한다. 올해 그곳의 놀라운 분위기를 느낄 수 없어서 슬프지만 윔블던은 항상 내 마음 속에 존재한다. 영국 팬들의 지지와 성원도 늘 나와 함께 한다. 정말 그리울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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