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미끄러운 잔디 때문..? 올해 유독 부상에 우는 선수들
이번 대회서 남자 톱10 중 4명 부상
선수들 “잔디 미끄럽다” 지적
주최 측은 “문제 없다”
[디스이즈테니스=김지환 에디터] 2024 윔블던 (총상금 5천만 파운드·약 875억원)이 막바지를 향해 가는 가운데 부상으로 기권을 선언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아 대회 흥행에 빨간 불이 켜졌다.
10일(현지시각) 알렉스 드 미노(9위·호주)는 노박 조코비치(2위·세르비아)와의 남자 단식 8강전을 3시간가량 앞두고 출전을 포기했다.
드 미노는 아르튀르 피스(34위·프랑스)와 16강전 도중 허리를 다쳤고, 경기 직전까지 회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황망하다. 고관절 부상을 당했다. 내전근 끝에 연결된 섬유연골이 찢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피스와의 마지막 3포인트에서 균열을 느꼈고 어제 부상으로 확인했다. 코트에 서면 상태가 더 악화할 위험이 크다”고 기권 이유를 설명했다.
16강에서 탈락한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도 앞선 3회전에서 넘어지며 무릎을 다쳤다. 부상 투혼을 발휘했으나 풀세트 혈투 끝에 테일러 프리츠(12위·미국)에게 지며 생애 첫 윔블던 8강 진출도 다음으로 미뤘다.
경기가 끝나고서야 즈베레프는 몸상태가 100%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몸이 좋지 않았지만 윔블던에서 기권하고 싶지 않았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싸워서 다행이다.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무릎에 뼈 부종이 있는 걸로 나왔다. 수술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통증이 강하다. 프리츠와의 경기 직전에 사실 잘 걷지도 못했는데 컨디션이 나아져서 경기를 뛰었다. 올해 윔블던에서 훌륭한 테니스를 쳤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했고 내가 한 일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2014년 대회 4강까지 올랐던 그리고르 디미트로프(10위·불가리아)도 부상 악령에 시달리며 16강을 기권했다.
애초 디미트로프는 다닐 메드베데프(5위·러시아)에게 1세트 3-0으로 앞섰으나 코트에서 넘어지며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렀고, 이후 3-5로 주도권을 내준 상황에서 결국 경기를 포기했다.
기권 이틀만에 디미트로프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작은 소식이 있다. 몇 번의 검사 결과 왼쪽 다리 외전근이 찢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조금 쉬어야 할 것 같다. 재활치료는 이미 시작했다. 지난 몇 주동안 성원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게시했다.
후베르트 후르카츠(9위·폴란드), 매디슨 키스(13위·미국)도 접전을 벌이다 다리를 다쳐 각각 2회전, 4회전에서 경기를 포기했다.
톱랭커 혹은 잔디코트 시즌에 좋은 성적을 냈던 선수들이 주로 부상을 당하면서 대회도 번번이 김이 샜다.
선수들이 주로 다리 부상을 당한 이유로는 미끄러운 잔디 코트가 꼽힌다. 최근 몇 년 새 윔블던 잔디 코트는 예전보다 더 미끄러워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선수들이 수시로 미끄러져 넘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야닉 시너(1위·이탈리아)와 조코비치도 올해 대회를 앞두고 혹은 도중에 코트가 미끄럽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조코비치는 16강 승리 후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불행히도 넘어지면서 디미트로프를 포함해 일부 선수들이 기권했다. 즈베레프가 무릎을 다친 것도 우리는 봤다. 오늘 경기에서도 나를 괴롭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최 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코트를 올바르게 관리하기 위한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그 시스템들은 매우 잘 작동하고 있어서 우리는 코트에 딱히 걱정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판이 이어지자 “올해 유독 비가 많이 와서 미끄럽다고 느낄 수는 있다”고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윔블던이 끝나면 곧장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윔블던에서의 부상은 곧 파리 올림픽 불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탓에 선수들 뿐만 아니라 각국 체육회의 긴장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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