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해도 적자”..243위가 밝힌 여자 테니스의 현실
[디스이즈테니스=김한대 에디터] 데야나 라다노비치(243위·세르비아)가 밝힌 다소 충격적인 하위권 여자 테니스 선수의 삶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라다노비치는 최근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프로 테니스 선수, 특히 하위권 선수의 수입과 지출에 관해 자세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라다노비치는 올해 28살 된 선수로, 개인 최고 랭킹은 187위다. 부상 재활 이후 지난해 복귀해 투어보다 등급이 낮은 서키트 대회에서 3차례 우승했다.
그는 “지난해 나는 17~18개 대회를 뛰었고 3번 우승했지만 상금을 벌었다고 할 만한 대회는 고작 1곳 뿐”이라고 밝혔다.
라다노비치는 “예를 들어 총상금이 4만 달러라고 하면 10%정도가 우승 상금이다. 이것도 토너먼트가 32강일 경우이고, 48명으로 늘어나면 그 몫은 더 적어진다. 작년에 총상금 4만 달러였던 스코페 챌린저에서 우승했지만 기름값, 호텔비 등 체제비를 빼고 나니 오히려 적자였다”고 설명했다.
WTA 공식 기록에 따르면 라다노비치는 지금까지 상금으로 약 20만 달러(2억 7천만 원)를 벌었다. 지난해 상금 수입은 2천만 원 정도였다.
라다노비치는 “나는 항상 적자다. 테니스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강해야 하는 스포츠다. 이에 따른 많은 것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늘 적자에 빠져 있다”고 토로했다. “어쩔 때는 내 자신에게 묻고 싶다. 이런 적자에도 바보처럼 선수 생활을 왜 하는지..”라고도 덧붙였다.
라다노비치는 구체적인 지출 목록도 공개했다.
그는 “라켓용 스트링 릴이 하나에 100유로 정도다. 1년에 10개가 필요하다. 그 다음에는 비행기 값 혹은 자동차 기름 값, 장비 구매값, 그리고 호텔비 등이 있다. 보통 괜찮은 호텔을 가려면 30~70유로 사이다. 거기다 코치비도 내야 하고 공, 연습코트 비용, 가방 부치기 등 기타 잡다한 비용까지 합하면 1년에 20만 유로(2억 8천만 원)가 든다”고 말했다.
또 “나는 작년에 좋은 시즌을 보냈다. 부상 뒤 복귀라 랭킹을 1000위 권에서 시작했지만 250위 권 정도로 많이 올렸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돌아온 것은 또 적자였다”며 씁쓸해했다.
랭킹이 낮아 마땅한 스폰서도 없는 그녀는 아버지의 도움 등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갈수록 심해지는 테니스 빈부격차
사실 200위 권 밖 테니스 선수의 낮은 연봉 문제는 지난 몇 년 간 끊임없이 제기됐다. 라다노비치처럼 랭킹이 낮고 스폰서가 없는 선수들은 투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테니스 레슨 같은 부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선수들과 숙소를 함께 쓰거나 장거리 운전까지 직접 하는 등 힘겨운 상황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의 장수정(153위)도 고단한 해외 투어 생활을 여러 번 토로한 바 있다.
그 사이 상위권 선수들에 대한 상금은 더 많아져 빈익빈 부익부는 더 심해졌다.
이 탓에 조코비치가 세운 선수협회 PTPA는 지속적으로 하위권 선수들을 위한 상금 인상과 환경 개선을 주장해왔다.
하위권 선수들이 상금이 많은 메이저 대회에 조금 더 쉽게 나갈 수 있도록 챌린저, 서키트 대회의 랭킹 포인트를 올리자는 방안도 제시됐다.
하지만 ITF(세계 테니스 협회)는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등급이 낮은 대회의 상금 인상, 랭킹 포인트 상향 등에 소극적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