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 역대 최고령 세계 1위 등극..페더러 기록 경신
조코비치, 36세 321일에 1위 유지
로저 페더러 넘어 최고령 1위 기록
[디스이즈테니스=김지환 에디터]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역대 최고령 세계 1위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조코비치는 4월 8일자 남자프로테니스(ATP) 단식 랭킹에서 세계 1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11월부터 31주 연속이자 역대 최장인 420주째 1위를 지켰다.
특히 36세 321일에 세계 1위에 오르며 종전 로저 페더러(은퇴·스위스)가 36세 320일에 세운 역대 최고령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조코비치가 세계 1위에 처음 오른 건 24세였던 2011년 7월 4일이었다. 오랜 경쟁자인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646위·스페인)은 각각 22세에 처음 1위에 등극했다.
조코비치는 오랜 라이벌들에 비해 늦게 세계 1위에 올랐지만 정상을 훨씬 오래 지켰다.
420주 동안 1위를 기록하며 2위 페더러의 310주와 격차를 110주로 벌렸다.
조코비치는 2023년 2월 여자부의 슈테프 그라프(은퇴·독일)가 세운 377주를 넘어 남녀 통틀어 최장 기간 세계 1위에 오른 바 있다.
남녀 통틀어 400주 이상 1위를 지킨 선수도 조코비치가 유일하다.
다만 연속 세계 1위는 페더러가 2004년 2월부터 2008년 8월까지 4년 6개월 간 237주를 기록해 이 부문 독보적인 1위다.
조코비치의 가장 긴 1위 연속 재위 기간은 2014년 7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122주인 만큼 페더러의 연속 세계 1위 기록은 불멸의 기록이 될 확률이 크다.
올 시즌은 부진한 ‘1위’
다만 조코비치의 올 시즌 추이는 좋지 않다.
3차례 대회에 나서 단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다.
그는 올 시즌을 호주에서 열린 남녀 혼성 국가대항전 유나이티드컵으로 시작했다.
라운드로빈에서 세계 31위 지리 레헤츠카(체코)를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간신히 이기며 불안한 조짐을 보이더니 결국 8강에서 당시 세계 12위 알렉스 드 미노(호주)에게 세트 스코어 0-2로 완패했다.
6년 넘게 이어졌던 조코비치의 호주 대륙 연승 행진이 막을 내린 순간이었다.
당시 조코비치는 손목 부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호주오픈 우승에도 빨간 불이 켜졌었는데, 슬픈 예감은 그대로 현실이 되고 말았다.
호주오픈 4강에서 야닉 시너(2위·이탈리아)에게 브레이크 포인트 한번 잡지도 못하고 1-3으로 지며 지난해에 이은 2연속, 통산 11번째 우승에 실패했다.
2018년 16강에서 정현(1123위)에게 진 뒤 무려 2,195일만의 호주오픈 패배였다.
지난달 막 내린 ATP1000 BNP 파리바 오픈에선 세계 123위 21살 신예 루카 나르디(이탈리아)에게 32강 충격패를 당하기도 했다.
애초 조코비치는 BNP 파리바 오픈이 끝나면 ATP1000 마이애미 오픈도 연달아 출전할 예정이었지만 충격패 이후 결국 참가를 철회했다.
부진이 길어지자 5년 넘게 동행한 고란 이바니세비치(크로아티아) 코치와도 최근 결별했다.
당시 조코비치는 “이바니세비치가 팀에 처음 온 날이 선명하다. 서브 향상뿐만 아니라 메이저 12회 우승 등 기록적인 성과를 가져다줬다”며 “우정은 영원할 것”이라고도 밝혔으나 이후 “관계가 포화 상태에 도달했다”고 밝혀 둘 사이의 분열이 있었음을 에둘러 드러내기도 했다.
세르비아 유명 스포츠매체인 스포츠클럽은 조코비치 관계자 취재를 통해 2022년 중반부터 도입된 ‘온 코트 코칭’ 이후 조코비치와 이바니세비치 사이의 의사소통과 신뢰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올해 클레이 코트 시즌은 조코비치에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우선, 프랑스오픈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통산 네 번째 우승을 노린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4강에서 당시 세계 1위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를, 결승에선 당시 세계 4위 캐스퍼 루드(노르웨이)를 3-0으로 완파하고 세 번째 프랑스오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전무후무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3차례 달성한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이는 반대로 그만큼 조코비치가 지켜야 할 포인트들도 많다는 뜻이 된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ATP1000 BNP 파리바 오픈과 마이애미 오픈을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 한 달동안 지켜야 할 포인트들이 없었다.
반대로 경쟁자인 알카라스, 시너, 다닐 메드베데프(4위·러시아) 등은 지난해 두 대회에서 못해도 4강 이상 성적을 냈기 때문에 올해 추가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많이 없었고 랭킹 상승 여력도 부족했다.
이 탓에 조코비치는 32강 충격패를 당했음에도 포인트 50점을 오히려 추가하며 가만히 앉아서 세계 1위 기록을 연장했다.
하지만 4월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클레이 시즌에 ATP1000 몬테카를로 마스터스, ATP250 반야루카, ATP1000 로마 마스터스에 나갔다.
3개 대회에서 315점, 그리고 프랑스오픈에서 2,000점을 추가했다.
지켜야할 포인트는 2,315점인데 2위 시너, 3위 알카라스와는 현재 1,000점 가량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특히 지난해 클레이 시즌이 끝난 뒤 윔블던 준우승, ATP1000 신시내티 우승, US오픈 우승 등을 차지한 만큼 올 시즌 중하반기는 조코비치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랜 숙원 ‘올림픽 금메달’
무엇보다 오는 7월 파리에선 올림픽이 열린다.
2024 파리 올림픽의 테니스 종목은 클레이 코트인 프랑스오픈 스타디움과 경기장을 그대로 활용한다.
세계 1위 뿐만 아니라 갖은 기록을 다 세운 조코비치에게 남은 과제는 올림픽 금메달이라고 할 수 있다.
조코비치의 올림픽 최고 기록은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단식 동메달이다.
이후 올림픽 메달과는 연을 맺지 못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20년 도쿄 올림픽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졌고, 2016년 리우 올림픽은 첫판 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조코비치는 지난해부터 최종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과 골든 슬램이라고 밝혀왔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국가 대항전인 데이비스컵 예선도 뛰며 참가 기준도 모두 다 맞춰 놓은 상태다.
즉, 올해 클레이 코트 시즌은 조코비치에겐 단순히 세계 1위 기록 연장뿐만 아니라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초석이 깔려 있는 셈이다.
조코비치는 일단 이번주 개막한 ATP1000 롤렉스 몬테카를로 마스터스(총상금 595만 유로)로 첫 발걸음을 뗀다.
정식 코치 없이 현역 시절 복식 세계 1위에 올랐던 네나드 지몬지치(세르비아)와 함께 모나코에 도착했다.
조코비치는 8강에서 지난해 우승자 안드레이 루블레프(5위·러시아), 4강은 신흥 라이벌로 떠오른 카를로스 알카라스(3위·스페인), 그리고 결승에선 세계 2위 야닉 시너(이탈리아) 등 줄줄이 쉽지 않은 상대를 만날 것으로 보인다.
1번 시드로 1회전을 부전승 통과한 조코비치는 로만 사피울린(41위·러시아)과 하우메 무나르(72위·스페인) 간 승자와 첫 클레이 시즌 경기를 치른다.